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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그 말 대신, 이렇게 물어보세요!

by yjmom91 2025. 4. 12.

감정카드로 아이와 엄마가 대화하는 중
너의 감정은 어때?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 정말 괜찮은 걸까?

조용한 아이, 말이 없는 아이를 두고 많은 부모님들이 얘는 그냥 성격이 조용한가 보다라고 쉽게 넘기기도 합니다. 특히 또래 아이들이 활발하게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말할 때, 내 아이는 무표정한 얼굴로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앉아있기만 하면 걱정이 밀려오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 걱정을 말을 안 해서 표현을 안 해서 생기는 문제로 단순화하면 오히려 더 깊은 문제를 놓칠 수 있습니다.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이가 감정을 느끼지 않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그 속에는 수많은 감정들이 얽혀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단지 그 감정을 어떻게 말로 옮겨야 하는지를 배우지 못했거나, 말을 꺼내기 두려운 경험이 축적되었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예상보다 훨씬 민감하고 예민하게 세상을 받아들이는 존재입니다.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 언어는 도구일 뿐이며, 그 도구를 익히는 속도는 아이마다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의 역할은 그 차이를 이해하고 기다려주는 것이 첫 걸음입니다. 그 기다림 속에서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태도는 아이의 정서 성장에 있어 결정적인 변화를 만듭니다.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가 있다는 사실은 단지 언어 표현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정서적 소통의 기회가 부족했다는 사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감정 중심 질문으로 아이의 내면을 두드리다

아이에게 왜 그랬어?라고 묻는 질문은 겉보기에 아주 일반적이고 자주 쓰이는 문장이지만, 이 짧은 말 안에는 아이의 입을 막아버릴 수 있는 수많은 함정이 숨어 있습니다. '왜'라는 질문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설명이나 해명을 요구받는 느낌을 주고, 아이 입장에서는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다고 지적당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그때 어떤 기분이 들었어?속으로 무슨 생각을 했어?처럼 감정 중심의 질문은 아이에게 해명보다는 이야기할 기회를 줍니다. 아이의 감정에 초점을 맞춘 질문은 단지 감정을 표현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서, 아이가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스스로 이해하는 기회를 마련해 줍니다. 이는 단기적인 문제 해결을 넘어서 평생을 살아가며 감정을 조절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데 있어 강력한 밑거름이 됩니다.

특히 만 4~7세 사이의 아이들은 감정어휘를 익히는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기분이 어땠어?", "마음이 불편했니?", "속상해서 울었던 거야?"라는 질문을 자주 접하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감정과 언어를 연결하는 훈련을 하게 됩니다. 그 결과,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공감 먼저, 질문은 나중에

아이와 대화를 시도할 때 많은 부모들이 실수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원인을 밝히려는 질문이 너무 앞선다는 점입니다. 아이가 울고 있다면, 왜 울었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보다 먼저 필요한 건 속상했구나 마음이 아팠겠네 처럼 공감하는 말 한마디입니다. 아이가 느낀 감정을 먼저 언어로 표현해 주는 것은 아이에게 내 마음을 이해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신뢰를 심어주는 매우 중요한 경험이 됩니다.

이런 신뢰가 쌓일수록 아이는 점차 스스로 감정을 꺼내게 됩니다. 공감 표현은 질문의 문을 여는 열쇠입니다. 공감 없이 다그치듯 던지는 질문은 아이를 방어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는 감정 표현에 대한 부정적 경험으로 연결되며, 이후에도 말보다 행동으로 감정을 표현하거나, 아예 감정을 눌러버리는 습관이 생기기 쉽습니다.

또한, 공감 이후에 던지는 질문은 훨씬 더 효과적으로 작용합니다. 예를 들어 엄마도 그런 말 들으면 기분 나쁠 것 같아. 너도 그런 마음이었을까?라는 말은 아이로 하여금 자신의 감정을 되짚어보고, 그 감정을 말로 설명하려는 동기를 자극합니다. 감정 표현은 누군가의 수용을 느낄 때 가능한 것이며, 공감은 그 시작점입니다.

감정 표현, 놀이로 풀어내기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어떤 기분이니?지금 화났어?라는 질문을 직접적으로 던지는 건 때로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는 스스로도 자신의 감정을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말로 표현해 본 경험이 없으면 그 감정이 무엇인지조차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특히 어린 연령대의 아이들은 감정을 느끼는 능력은 있지만, 그것을 언어로 바꾸는 능력은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말로 감정을 표현하라고 하면 오히려 위축되거나 틀릴까 봐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이럴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놀이를 통해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아이에게는 놀이가 곧 언어이자 삶이며, 가장 안전하고 익숙한 의사소통의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도구 중 하나가 감정 카드입니다. 감정 카드는 웃는 얼굴, 찡그린 얼굴, 우는 얼굴, 당황한 얼굴 등 다양한 표정을 그려놓은 카드로, 아이가 그날 느낀 기분을 고르게 유도합니다. 이 활동은 단순해 보이지만, 아이로 하여금 자신의 감정을 외부의 상징적인 이미지와 연결시키는 중요한 훈련이 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찡그린 표정의 카드를 고른다면, 부모는이 표정은 어떤 기분일까? 이런 기분일 때는 몸이 어떻게 느껴져? 와 같은 질문을 통해 감정을 언어로 연결 지어주는 안내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나는 지금 이렇게 느끼는구나를 스스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아이의 선택에 대해 판단하지 않고, 공감하고 들어주는 부모의 태도 역시 이 과정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감정 주제를 다룬 그림책을 활용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림책 속 인물들은 아이들이 감정을 간접 경험하고 학습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매개체가 됩니다. 슬픈 장면이 나오면 이 친구는 왜 울고 있을까?, 화난 장면에서는 너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라고 묻는 방식으로, 감정을 관찰하고 언어화하는 연습을 할 수 있습니다. 이 방식은 아이가 자기감정을 직접 이야기하지 않아도, 등장인물을 통해 감정을 해석하고 투영하면서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놀이에는 인형극, 역할놀이, 감정 스티커 붙이기, 그림 그리기 등의 다양한 방식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특히 역할놀이는 감정 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에게 탁월한 접근법으로, 예를 들어 엄마 역할을 하며 인형에게 왜 울었니?오늘 기분이 어땠어?라고 말하는 상황을 만들면, 아이는 그 인형에 자신의 감정을 대입하면서도 자신의 이야기라는 부담 없이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활동들이 일회성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감정은 매일매일의 삶 속에서 크고 작게 변화하고, 아이는 그때마다 새로운 감정을 겪게 됩니다. 따라서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아이와 감정을 나누는 놀이 시간, 그림책을 함께 보는 시간, 감정카드를 꺼내는 시간이 반복적으로 쌓일 때 비로소 아이는 감정 표현은 자연스럽고, 안전하며, 소중한 것이라는 인식을 하게 됩니다.

감정 표현을 놀이처럼 접근하면 아이는 부담 없이, 즐겁게 자신의 마음을 꺼낼 수 있습니다. 이는 단지 감정을 말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감정을 조절하고,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며, 건강한 관계를 맺는 첫걸음이 되기 때문입니다. 놀이 속에서 웃고 떠드는 그 짧은 순간이, 사실은 아이의 평생을 지탱해 줄 감정 표현 능력을 길러주는 아주 소중한 시간이라는 점을 부모님들이 꼭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이러한 놀이와 대화는 반드시 꾸준해야 효과가 있습니다.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정기적으로 아이와의 감정 대화를 시도하면, 아이는 점차 자신의 감정을 외부로 표현하는 데 익숙해지고, 나아가 그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아이의 대답보다 기다림이 더 중요하다

감정 표현은 단순한 말하기 능력이 아니라, 내면을 드러내는 용기에서 시작됩니다. 부모가 질문을 던졌을 때 아이가 바로 대답하지 않는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재촉해서는 안 됩니다. 말문이 트이기까지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필요할 수 있으며, 그 기다림 속에서 아이는 마음속 감정을 정리하고 표현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아이가 모르겠어그냥 그랬어라는 말로 얼버무리기도 합니다. 이때 그래, 아직 말로 하기 어려운가 보구나라고 인정해 주는 반응은 아이에게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 는 안전감을 줍니다. 그 안전감이 쌓이면, 아이는 점점 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힘을 키워갑니다.

부모는 아이의 감정을 끌어내는 사람이 아니라 감정을 드러내도 안전하다는 믿음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아이가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부모는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지켜보는 태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그 태도 자체가 아이에게는 감정 표현의 출발점이 됩니다.

감정 표현은 관계에서 비롯된다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은 단순히 단어 몇 개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마음을 타인과 공유해도 괜찮다는 믿음에서 출발합니다. 그 믿음은 결국 관계에서 만들어집니다. 부모와의 관계가 안정적일수록, 아이는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데 있어서도 더 용기를 가질 수 있습니다.

아이와의 소통은 말보다 더 많은 것을 담고 있습니다. 눈 맞춤, 손길, 같이 놀아주는 시간, 아이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태도가 모든 것이 아이에게 내 마음을 표현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줍니다. 감정 표현은 어느 날 갑자기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아이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관계 안에서, 천천히 자라나는 능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