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말하지 못하는 아이, 그 속마음은 어디로 갈까요?
아이들이 울거나 떼를 쓸 때, 혹은 아무 말 없이 입을 꾹 다문 채 조용히 있는 모습을 보면 부모들은 종종 당황합니다. “왜 우는 거야?”, “무슨 일이 있었어?”라고 물어도 아이는 고개만 숙인 채 말이 없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낯을 가리거나 기분이 잠깐 나쁜 거겠지 하고 넘기지만, 이런 모습이 반복되면 부모의 마음속엔 서서히 걱정이 자리잡기 시작합니다. “혹시 우리 아이가 감정 표현에 문제가 있는 걸까?” 하는 불안함이 생기곤 하죠.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대부분의 아이는 ‘감정을 느끼지 못해서’가 아니라,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속마음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입니다. 아이가 스스로의 기분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것을 적절한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하는 능력은 태어나면서부터 갖는 것이 아닙니다. 이건 반드시 경험을 통해 학습해야 하는 기술이며, 부모와의 관계 안에서 천천히 자라나는 능력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언어 발달이나 인지 발달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정작 감정 표현에 대한 훈련 기회는 의외로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학교나 유치원, 학원 등에서는 지식과 사회성을 중심으로 아이를 성장시키지만, ‘지금 이 아이는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가’에 귀 기울이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죠. 감정 표현이 서툰 아이는 억눌린 감정을 다른 방식으로 표출하기도 하고, 점차 감정을 숨기는 것이 습관처럼 굳어질 수 있습니다.
부모는 아이의 감정 표현을 돕는 첫 번째 교사입니다.감정을 읽고, 느끼고, 말로 표현해보는 경험이 자연스럽게 축적되어야 아이는 자신의 감정에 대해 편안함을 느끼고, 타인의 감정에도 공감할 수 있는 정서적 역량을 갖추게 됩니다. 그런데 아이에게 “네 기분을 말해봐”라고 말한다고 해서 감정 표현이 갑자기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는 ‘놀이’를 통해 감정을 안전하게 꺼내고, 부모와의 상호작용 안에서 자신만의 언어로 마음을 말하는 법을 배워나갑니다.
그래서 오늘 이 글에서는 아이의 감정 표현 능력을 키우는 데 탁월한 7가지 놀이법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놀이들은 아이가 억지로 말을 꺼내게 하거나 교정하려는 방식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도록 도와주는 따뜻한 방법입니다.
아이의 감정 표현은 아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 감정을 꺼낼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지지해주는 어른이 곁에 있을 때, 아이는 비로소 자신의 마음을 믿고 표현하게 됩니다. 지금부터 함께 그 길을 시작해볼까요?
1. 감정 카드 고르기 놀이
감정 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에게 가장 먼저 추천되는 것이 바로 '감정 카드'를 활용한 놀이입니다. 감정 카드는 다양한 표정이 그려진 이미지 도구로, 보통은 웃는 얼굴, 우는 얼굴, 화난 얼굴, 놀란 얼굴, 무서운 얼굴, 당황한 얼굴 등 감정의 상태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이는 말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설명하기보다는, 이렇게 눈에 보이는 이미지 중 하나를 고르며 보다 편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오늘 어떤 기분이었는지를 물었을 때, 아이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찡그린 표정’의 카드를 고른다면, 부모는 “이 표정이 오늘 마음하고 비슷했구나. 언제 그랬을까?”라고 질문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대답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마음속 감정을 스스로 떠올리고 말로 연결해보게 하는 것입니다. 만약 아이가 말을 아끼고 있다면 그 자체로도 괜찮습니다. 말보다는 ‘표현했다는 사실’ 자체가 더 중요한 첫걸음이기 때문입니다.
이 감정 카드는 반복해서 사용할수록 효과가 커집니다. 처음에는 단 한 장만 고르게 해도 좋고, 익숙해지면 하루에 느낀 감정을 아침, 점심, 저녁으로 나누어 세 장씩 고르게 할 수도 있습니다. 고른 카드들을 시간 흐름에 따라 나열해보면 하루의 감정 일기처럼 자연스럽게 해석이 가능합니다. 부모가 이 과정을 함께 하며 “엄마도 이 표정의 날이 있었어”, “이럴 땐 속상하지”처럼 공감해주는 태도를 보이면 아이는 감정 표현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됩니다.
감정 카드는 특히 언어 발달이 늦은 아이, 말보다는 행동으로 감정을 표현하려는 아이, 혹은 감정을 숨기려는 아이들에게 아주 좋은 시작점이 됩니다. 대화보다 이미지에 먼저 반응하는 아이들의 특성상, 이 카드를 매개로 부모와의 정서적 대화를 열어갈 수 있으며, 점차 감정 어휘력과 자기 표현 능력이 함께 자라나게 됩니다. 또한 가정뿐 아니라 유치원, 치료실, 상담 현장 등에서도 널리 활용되는 방식으로, 누구나 쉽게 준비하고 실천할 수 있는 접근 방법입니다.
2. 감정 표정 따라 하기
감정을 표현하는 가장 기초적인 수단은 '표정'입니다. 말이 늦거나 감정을 말로 설명하는 것이 어려운 아이일수록 얼굴 표정이나 몸짓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감정 표정 따라 하기’ 놀이는 아이의 감정 인식 능력을 길러주는 데 매우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이 놀이는 거창한 준비물 없이도 바로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단지 거울 하나, 그리고 부모의 얼굴이면 충분합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부모가 먼저 다양한 감정의 표정을 지어보는 것입니다. 기쁨, 화남, 슬픔, 놀람, 지루함, 무서움 등 감정을 몸과 얼굴로 표현하고, 아이에게 "이건 어떤 기분 같아?"라고 질문을 던집니다. 혹은 아이에게 “너도 한번 기쁜 얼굴 보여줄래?”, “무서운 얼굴은 어떻게 생겼을까?”라고 말하며 따라 해보게 하는 것도 좋습니다. 이러한 표정 훈련은 언어보다 훨씬 직관적이기 때문에 말이 서툰 아이에게 더 잘 맞는 접근입니다.
특히 이 활동은 '감정 이름 붙이기'와 연결되면 더욱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찡그린 얼굴을 할 때 "이건 '화가 난 표정'이야"라고 말해주면, 아이는 자신의 얼굴이 어떤 감정을 나타내는지를 자연스럽게 학습하게 됩니다. 이는 감정 어휘의 축적뿐 아니라, 타인의 표정에서 감정을 읽는 공감 능력 향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이 놀이는 부모와 함께 하는 신체적인 상호작용이 포함되어 있어, 놀이 자체가 아이에게 안전감과 즐거움을 주는 정서적 경험으로 연결됩니다.
표정 따라 하기는 다른 놀이와 쉽게 결합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림책을 보며 등장인물의 표정을 따라 하거나, 감정 카드를 보고 흉내 내보는 방식으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거울 앞에서 부모와 함께 표정을 지으며 웃고 떠드는 그 시간 자체가, 아이에겐 감정을 배워가는 따뜻한 교과서가 됩니다.
3. 그림책 감정 추측 게임
그림책은 아이가 감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공감 능력을 키우는 데 있어 가장 효과적인 도구 중 하나입니다. 특히 감정을 주제로 다룬 그림책은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외부 상황에 투영하여 해석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단순히 책을 읽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 안의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을 함께 추측해보는 과정이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이 친구는 왜 울고 있을까?", "이 장면에서 이 아이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이런 상황이 네게 생긴다면 어떻게 느꼈을까?" 같은 질문을 던져보는 것입니다.
이러한 활동을 반복하다 보면 아이는 감정을 관찰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자연스럽게 향상됩니다. 또한 자신의 감정과 비슷한 상황이 책 속 인물에게 일어났을 때 "나도 이런 적 있어"라고 말하게 되며, 이는 곧 자기 감정을 인정하고 표현하는 훈련으로 이어집니다. 감정을 직접 말하지 않아도, 등장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간접적인 통로가 생기는 셈입니다. 이때 부모는 “그래서 속상했을까?”, “네가 그런 말을 들었다면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처럼 아이의 반응을 끌어내는 질문을 부드럽게 이어가야 합니다.
또한, 그림책에서 다룬 감정을 실제 삶의 경험과 연결시키는 것도 중요합니다. 책을 읽은 후 “오늘 너도 기분 나쁜 일이 있었어?”처럼 연결 질문을 던지면, 아이는 자신이 겪은 감정과 외부 이야기를 매칭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책을 통해 감정 어휘도 넓어지고, 감정 상황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며, 자연스럽게 감정 표현의 훈련이 이루어지는 매우 유익한 활동입니다. 아이가 감정을 어려워하거나 말로 설명하는 데 서툴다면, 매일 한 권의 그림책을 감정 중심으로 읽는 루틴을 만들어보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4. 감정 인형 역할 놀이
역할 놀이는 아이의 정서적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입니다. 특히 감정을 인형에 투영해보는 역할극은 말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어려운 아이에게는 아주 좋은 대안이 됩니다. 아이는 인형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데 훨씬 더 자유롭고 안전하다고 느낍니다. 예를 들어 “이 인형이 오늘 어린이집에서 혼자였대. 무슨 일이 있었을까?”라고 이야기하면, 아이는 그 인형에 자신의 경험을 빗대어 감정을 이야기하게 됩니다.
이 과정은 아이에게 자기 감정을 직접적으로 묻는 것보다 훨씬 부담이 적습니다. “너는 왜 그랬어?”라는 질문이 아닌 “이 인형은 어떤 기분이었을까?”라는 질문은 아이에게 판단을 요구하지 않고, 상상력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게 해 줍니다. 아이는 인형의 행동을 설정하며 자신의 감정 상태를 반영하고, 부모와의 대화를 통해 그 감정이 어떻게 흘러가고 변화하는지를 스스로 정리하게 됩니다. 이 과정은 감정 조절력과 자기 이해력을 향상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감정 인형은 특별한 장난감이 아니어도 됩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봉제 인형이나 손 인형, 때로는 그냥 종이 인형으로도 충분합니다. 중요한 건 인형을 통해 감정을 이야기하게 하는 것입니다. 놀이를 하면서 “이 인형은 속상하대”, “친구한테 혼났다고 해”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면, 아이는 그 안에서 자신의 감정을 끌어내고 표현하게 됩니다. 부모는 이때 절대 평가하거나 고치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그랬구나”라고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5. 감정 그림 그리기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으로 ‘감정 그림 그리기’는 아주 탁월한 도구입니다. 아이들은 언어보다 색깔, 선, 이미지에 훨씬 더 익숙하고 솔직하게 반응합니다. 감정을 그리게 한다는 건 단순히 미술 수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있는 복잡한 감정의 결을 바깥으로 끌어내는 과정입니다. 예를 들어 "오늘 하루 중 가장 속상했던 순간을 그려볼까?", "행복했던 장면을 그려봐도 좋아"라고 제안하면 아이는 스스로 느꼈던 감정을 이미지로 재구성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자기 감정을 돌아보고, 그 감정에 맞는 색이나 형태를 선택하며 자기 내면을 표현하게 됩니다. 검은색을 반복적으로 사용한다면 불안이나 분노의 감정일 수 있고, 강한 선과 구겨진 종이를 사용했다면 표현하고 싶지만 방법을 몰라 답답함을 느끼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이런 해석은 절대적으로 단정지을 수 없지만, 아이의 감정 상태를 이해하는 단초로 삼을 수는 있습니다.
부모는 그림을 완성한 뒤 "이 부분은 어떤 장면이야?", "이 색을 고른 이유가 있을까?"와 같은 질문을 통해 아이와 감정 대화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아이는 그림 속에 숨겨진 감정을 말로 표현하면서 감정 언어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됩니다. 감정 그림 그리기는 특히 예술 활동을 좋아하거나 말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아이에게 효과적이며, 반복할수록 감정 정리와 표현 능력이 높아집니다. 무엇보다 ‘틀린 그림’이라는 개념 없이 표현 자체를 존중받는 경험이 아이의 감정에 대한 수용력을 키워줍니다.
6. 감정 주사위 만들기
놀이가 재미있을수록 감정 표현도 쉬워집니다. '감정 주사위'는 말 그대로 주사위 각 면에 다양한 감정 단어를 적고, 굴려 나온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활동입니다. 예를 들어 ‘기쁨’, ‘슬픔’, ‘화남’, ‘놀람’, ‘걱정’, ‘사랑’ 등의 단어가 적힌 주사위를 굴리고, 아이가 나온 감정에 대한 경험이나 상상을 말로 풀어보게 하는 방식입니다. 이 놀이의 장점은 게임이라는 형식을 통해 아이가 부담 없이 감정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이에게 “기쁨이 나왔네! 언제 기뻤어?”, “화가 난 적은 있었어?”와 같이 묻는 것은 감정에 대한 인식과 회상을 자극하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경험과 연결짓는 훈련이 됩니다. 아이가 경험한 감정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정서적 해소와 감정 어휘 확장에 도움이 됩니다. 또한 감정을 주사위로 시각화함으로써 평소에 잘 사용하지 않던 감정 단어에도 흥미를 느끼게 됩니다.
감정 주사위는 만들기도 간단합니다. 종이를 오려서 만든 육면체에 감정을 적어 아이와 함께 꾸미는 것도 하나의 활동이 됩니다. 그리고 가족 모두가 함께 이 주사위를 활용해 감정을 말하는 게임을 해보면, 아이는 감정 표현이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행동이라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이처럼 놀이와 감정이 연결될 때, 아이는 훨씬 더 쉽게 자기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게 됩니다.
7. 하루 감정 일기 나누기
감정 표현을 습관으로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매일 짧은 시간이라도 감정을 돌아보는 루틴을 갖는 것입니다. 특히 ‘하루 감정 일기 나누기’는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유익한 정서 습관이 됩니다. 자기 전 5~10분 정도 시간을 내어 “오늘 어떤 일이 가장 기뻤어?”, “혹시 속상한 일은 있었어?”처럼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이때 꼭 말로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림이나 표정으로 표현하게 해도 충분합니다.
이 습관은 아이가 하루 동안 경험한 감정을 정리하며 자기 성찰 능력을 키우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또한 부모와의 대화를 통해 감정을 나누는 경험이 축적되면, 아이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안전하고 중요한 일이라는 믿음을 갖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이 시간을 ‘훈육’이나 ‘상담’처럼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평가 없이, 그저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태도만으로도 감정 표현은 촉진됩니다.
더불어 감정 일기 나누기는 수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감정을 털어놓은 아이는 마음이 정돈된 상태로 잠자리에 들 수 있고, 이는 깊은 수면과 안정적인 정서 상태로 이어집니다. 반복적인 감정 표현의 기회는 단순한 훈련을 넘어 아이의 정서적 근육을 길러주는 일종의 ‘감정 체력 훈련’입니다. 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지만, 하루 5분의 이 시간이 쌓이면 아이의 감정 표현은 어느 순간 놀랍도록 풍부해질 것입니다.
감정 표현, 아이의 인생을 바꾸는 힘입니다
아이의 감정 표현은 단순히 ‘기분이 어때?’라는 질문에 답하는 기술이 아닙니다. 그건 한 사람의 내면세계를 건강하게 성장시키는 가장 기본적인 능력이며, 앞으로 아이가 살아가며 마주할 수많은 상황 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지키고 타인과 연결되는 힘이 됩니다.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아이는 갈등 상황에서 폭발하거나 회피하기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조절할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의 감정도 함께 존중할 줄 알게 됩니다.
하지만 모든 아이가 처음부터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아이는 기분이 나빠도 억지로 웃고, 어떤 아이는 속상해도 그냥 조용히 있을 뿐입니다. 또 어떤 아이는 화가 나면 울거나 떼를 쓰는 행동으로밖에 표현하지 못하기도 하죠. 이런 모습이 꼭 ‘문제 행동’인 것은 아닙니다. 단지 그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아직 배우지 못했을 뿐입니다.
그래서 놀이가 중요합니다.놀이는 아이가 부담 없이 자기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가장 안전한 공간입니다. 놀이를 통해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밖으로 꺼내보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반복된 놀이 속에서 아이는 자연스럽게 감정 어휘를 익히고, 자기 표현 능력을 키워나갑니다. 부모와 함께 웃고, 상상하고, 이야기하는 그 짧은 시간들이 사실은 평생을 지탱해줄 정서 기반을 만들고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부모의 태도입니다.정답을 요구하지 않고, 판단하지 않고, 아이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것. 아이가 말하지 않아도 기다려주고, 표현이 서툴러도 다그치지 않는 것. 감정은 억지로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표현해도 괜찮다’는 믿음이 생길 때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것입니다.
오늘 하루, 우리 아이에게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나요? 표현은 타고나는 능력이 아니라, 따뜻한 관계 안에서 자라는 습관입니다. 지금부터라도 매일 단 몇 분만, 놀이를 통해 아이의 감정을 꺼내보고 함께 나눠보세요. 그 시간이 쌓이면 아이는 어느새 스스로의 마음을 알고,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며, 감정이 건강하게 흐르는 아이로 자라날 것입니다.
아이의 감정 표현은 부모가 함께하는 놀이에서 시작됩니다.그 시작이 아이의 삶 전체를 바꾸는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 꼭 기억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