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절 못하는 아이"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 표현 능력과 자존감 형성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또래에게 끌려다니며 자기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훈계보다 이해와 훈련입니다. 감정 코칭을 통해 아이의 감정 언어를 키워주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드립니다.
왜 우리 아이는 "싫어"라는 말을 못할까?
아이에게 싫다는 말을 가르치는 것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는 감정 표현의 중요한 시작점입니다. 아이가 친구의 요구나 부모의 권유에 대해 거절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히 착해서가 아니라, 거절했을 때 생기는 불편함을 감당하기 어려워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싫다고 하면 친구가 떠날까 봐", "엄마 아빠가 실망할까 봐"라는 불안감과 두려움을 마음속에 품고 있습니다. 이런 감정은 아직 언어로 정확하게 표현되지 못하고, 행동으로만 나타나기 때문에 부모는 그 본심을 알아채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어릴 때부터 착한 아이말 잘 듣는 아이로 자주 칭찬을 받아온 아이일수록 스스로의 감정을 누르고 상대방에게 맞추는 것이 당연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그 결과, 자신의 욕구를 억누르고 타인의 기준에 따라 행동하는 '수동적인 성향'이 굳어질 수 있습니다.
끌려다니는 아이, 장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
"우리 아이는 싸우는 걸 싫어해서 그냥 참고 넘어가요"라는 말을 듣는 경우가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평화로운 아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경계를 지키지 못해 심리적 상처를 입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초등학교 이후로 또래 집단에서의 역동성이 복잡해지면, 이 문제는 더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다른 친구들이 싫어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에서 우리 아이만 그래, 알았어라고 반응한다면, 친구들은 점점 아이를 쉽게 다룰 수 있는 아이로 인식할 수 있습니다. 이는 왕따나 따돌림 같은 부정적인 관계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입니다.
이러한 관계 경험이 누적되면, 아이는 대인관계에 대한 자신감과 기대감을 잃게 되고, 결국 또래 관계 자체를 회피하거나 단절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거절을 하지 못해 생기는 감정의 억압은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의 나라는 감각을 흐리게 만들고, 타인의 시선에만 의존하게 만듭니다.
부모의 역할: 아이의 감정 표현력을 키워주는 태도
아이의 감정 표현은 가르침이 아니라 모델링에서 시작됩니다. 즉, 부모가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아이에게는 가장 중요한 감정 코칭 교과서가 되는 것입니다. 아이가 거절하려는 표현을 했을 때 “왜 그러니?라고 추궁하거나 그래도 해야지라고 강요하는 대신, 네가 그렇게 느꼈구나라고 감정을 먼저 인정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평소에 아이의 감정에 대해 물어보는 질문을 자주 해보세요.
질문 1 오늘 뭐가 제일 싫었어?
질문 2 그때 어떤 기분이었니?
이런 질문은 아이로 하여금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말로 표현하는 연습이 됩니다. 감정의 언어는 쓰지 않으면 점점 퇴화합니다. 매일 5분이라도 아이와 감정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마련하면, 아이는 점점 자신감을 가지고 말하게 됩니다.
싫어요 훈련: 역할 놀이와 상황극 활용법
역할 놀이는 감정 연습장입니다. 실제 상황에서 바로 거절을 시도하기 어려운 아이일수록, 놀이를 통해 시뮬레이션해 보는 과정이 매우 효과적입니다.
예시 - 친구가 간식을 달라고 했을 때
예시 - 놀이터에서 줄을 새치기하려 할 때
예시 - 쉬고 싶은데 친구가 계속 놀자고 할 때
이런 상황에서 부모가 먼저 친구 역할을 하고, 아이가 거절하는 역할을 맡아 연습합니다. 처음에는 아이가 어색하거나 눈치를 볼 수 있지만, 반복적인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렇게 말해도 괜찮구나’라는 감정적 안정을 얻게 됩니다.
이때 중요한 건, 문장 템플릿을 제공해 주는 것입니다.
예시 - 나는 지금은 안 하고 싶어
예시 - 미안하지만 이건 싫어
예시 - 다음에 하자
이런 식으로 거절의 톤을 부드럽게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거절은 공격이 아니라, 자기감정의 존중이라는 것을 아이가 체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의 변화는 부모의 인정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아이의 행동이 답답하고 안타깝더라도, "너는 왜 말 한마디 못 하니?"라는 식의 지적은 아이에게 깊은 상처가 됩니다. 대신, "그때 너도 많이 힘들었겠다", "참고 넘어가느라 마음이 복잡했지?"처럼 감정의 무게를 인정해 주는 말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부모는 지켜야 할 규칙이 아니라 지켜봐 줄 안전한 존재로 남아 있어야 합니다. 그럴 때 아이는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감정 표현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게 됩니다.
또한, 부모 자신이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고 있는지도 돌아봐야 합니다. 평소 가족 내에서 불편한 상황에 대해 말을 꺼내지 않거나 참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면, 아이는 무의식적으로 그 방식을 학습합니다. 부모가 먼저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고, 거절도 건강하게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은 교육입니다.
거절도 능력입니다
거절은 단순히 싫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존재를 지키는 감정적 경계의 선언입니다. 우리 아이가 타인의 감정에만 휘둘리는 사람이 되지 않도록, 지금부터 거절하는 연습을 함께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아이가 나는 이렇게 느껴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그 아이는 더 이상 끌려다니는 존재가 아닌, 감정의 주인이 되어가는 중입니다.